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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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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경제부 부장)

 

자바시장의 '자바'는 일용직 노동자를 뜻하는 'Jobber'에서 비롯됐다. 유대인이 LA다운타운의 패션 디스트릭트를 장악했던 시절 의류·봉제 공장에서 일한 주인공이다.  
 
이후 한인 1세들이 스스로 자바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경우도 있고, 자본을 들여와 성장시키며 자바시장을 한인들의 텃밭으로 키웠다.  
 
한인타운 성장에도 기여한 자바시장은 현재 1세 경영인들이 자녀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세대교체도 이뤄지고 있다.
 
이런 자바시장에 최근 잇따라 악재가 터지면서 한인 업주들은 갈림길에 섰다.  ...

 

 

 

소소한 것부터 언급하면 최근 2개월 넘게 샌피드로 스트리트와 타운 애비뉴 중간 지역이 일주일에 한 두 차례씩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
 
한 여성복 대표는 “한번 정전되면 10~20분씩 길지는 않지만, 근무시간에 전기가 끊어져 곤란하다”며 “온라인으로 받은 주문 내용 등이 삭제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비즈니스 친화적이지 않은 까다로운 법 신설, 최저임금 인상 등 가뜩이나 악재가 많은데 전기까지 말썽이라고 하소연했다.
 
올해 들어 시행된 SB 62는 의류업계 근로자들에게 작업량에 따른 급여 지급이 아닌 최저임금 보장을 골자로 한다. 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업주들은 유예 기간도 없이 전격적인 시행은 부담이라는 반응이다.  
 
여러 한인 업체들이 이미 타주로 옮겼거나 이전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LA 시의 최저임금이 오는 7월 1일 현행 15달러에서 16.04달러로 인상을 예정하면서 업주들은 잠시 잊고 살았던 인건비 인상 시한폭탄을 다시 떠안게 됐다.
 
익숙했던 사업 방식도 변화로 내몰렸다. 라스베이거스 매직쇼의 위상이 낮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세월 최대 의류 트레이드 쇼로서 효과가 좋았지만 최근 균열이 생겼다. 굵직한 한인 업체 20여개가 14~16일 열리는 올해 춘계 쇼에 불참했다. 은근한 차별과 불편이 도화선이 됐고 색다른 방식이 시도된 새로운 트레이드 쇼로 업주들이 눈을 돌렸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쇼룸을 운영해온 것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도 가속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대신 하이테크를 활용해 온라인 몰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것이다. 여러 온라인 도매 플랫폼은 이미지 서치 엔진 등을 제공해 직접 눈으로 보고 찾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최신 제품 업로드 소프트웨어로 효율을 높였다.
 
자바시장은 한인 경제의 젖줄에 비유돼 왔다. 세월과 세대를 거치며 많은 한인이 이곳에서 경제를 일으켜 한인타운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  
 
다만 최근 상황이라면 자바시장의 한인 상권이 미래 어느 시점에 공동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실체도 없는 암호화폐에 투자자가 몰리고, 메타버스가 새로운 경제 영토로 확장하는 격변기에 벽돌로 지은 자바시장이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실제 나이키는 메타버스 전용 신발 디자인의 특허를 신청했고 회계·컨설팅 회사 KPMG는 대차대조표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사상 처음 추가했다.
 
그러나 준비도 안 된 자바시장이 흔들리면 한인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을 잃게 된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선을 긋기에도 개운치 않다. 혁신까지는 몰라도 변화에 내몰린 이해 당사자들이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한인 경제의 새로운 젖줄이 될 신규 산업에 대한 논의와 시도도 시작해야 한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출처: 

(2022.02.15 중앙일보 칼럼) 갈림길에 선 자바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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